중학교 아이들이 쓴 글 9편을 ‘희로애락’으로 묶어 구성한 판타지 작품집이다. 〈폭파전문 꼴뚜기〉에서 아이들은 답답하고 짜증나는 세상을 꿈에서 폭삭 주저앉히고 〈운명의 감시자〉에서는 자기 그림자가 자신을 감시해왔다는 것을 아는 순간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 모든 것이 어중간해 반 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친구를 슬프게 바라보고(<최진명을 아십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절하거나(<짝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진실을 가릴 수 있는 나만의 도구가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상상한다(<고양이 창고>). 또 사후 세계를 다룬 〈카오의 나라〉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자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면서도 선과 정의를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