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시골이 낯설기만 한 준영이에게 아이들은 마을에 내려오는 무서운 전설을 들려준다. 방앗간 집 할머니는 큰 병에 걸려 아이들 간을 빼먹어야 나을 수 있고, 뱀산에는 죽은 새댁의 영혼이 아기 무덤을 찾아와 우는 소리가 들린단다. 일제 때 고문으로 죽은 아저씨는 아카시아 길에서 꽃을 따 먹고, 상엿집에서 잠자면서 아이를 잡아가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게 한다는 돼지할아버지는 밤밭에 산다. 준영이는 혼자서 다니지 못하고 득산리 아이들하고 붙어 다닌다. 그 길을 걸으며 계절이 왔다가 가고 외로운 밤밭 할아버지를 만나 정을 쌓아간다. 자연과 이야기와 아이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