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사는 열한 살 로테에게는 화장실만이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로테를 좋아하는 부유한 집 아들 문디는 폭군처럼 구는 로테에게 선물 세례를 퍼붓지만, 로테는 즐기기만 할 뿐 화장실에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부모의 불화로 친척할머니한테 맡겨진 멋지고 똑똑한 슈를리가 나타나자, 로테는 슈를리에게 접근한다. 슈를리는 지금 생활과 딴판인 멋진 생활을 상상하는 데 맞춤한 남자친구였고, 로테는 그를 화장실에 초대한다. 각박한 현실 때문에 꿈에 매달리고, 꿈 때문에 현실을 더 구질구질하게 느끼는 때에, 예민한 촉수를 지닌 아이가 겪은 미묘한 심리를 잘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