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착한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이다. 안강댁은 아들 필준이의 돌을 앞두고 남편과 소식이 끊어져 정신을 놓는다. 어른이 된 필준이는 장가도 못 들고 어머니를 보살핀다.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똬리골댁은 인민군이 내려올 때 피난가지 않고 부잣집에서 옷을 훔쳤다가 지서에 잡혀가 혼이 나고는 실성한다. 해룡이는 소근네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만 문둥병에 걸려 집을 나간다. 10년 세월이 흘러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이들 신발만 만져보다 돌아선다. 경상도 농부인 공아저씨는 일본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운다. 정을 나눈 이웃이 장가들라고 하자 고국에 두고 온 식구들이 보고 싶다. 이들은 운명을 거스르기보다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 짠해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