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한 마리가 추레한 몰골로 읍내 시장 통을 떠돌아다닌다. 시베리안 허스키 잡종이라 버려지고 개고기 집에 살다가 홍수가 나서 떠돌이가 된 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개는 사람들의 학대를 피해 시골 마을로 숨어든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개는 두려워서인지 서러워서인지 목청껏 울부짖는다. 이제 개는 동네 사람들에게 '미친개'가 되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절박한 상황을 맞는다. 소외된 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미친개의 여정에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다. 작품을 더디게 곱씹으며 그 여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갈필로 그린 흑백 그림이 인물의 감정을 예민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