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국운을 다할 무렵의 이야기다. ‘선’은 막내 왕자로, 태자인 큰형을 무척 좋아한다. 큰형은 말타기며 칼 쓰는 법을 가르치고, 신라의 역사 이야기도 해준다. 그런데 점점 큰형이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다. 큰형은 남산성에서 뜻있는 백성을 모아 군사 훈련을 시켜 신라를 지키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 김부 대왕이 고려에 항복하는 길을 택하자 큰형은 백성을 이끌고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바로 마의태자다. 열세 살 선은 현실적 선택을 한 아버지와 신라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큰형 사이에서 안타까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선은 스님이 되어 폐허가 된 옛 궁궐로 돌아와 큰형의 흔적을 더듬는다. 큰형과 거닐었던 연못을 돌고, 본국검 춤을 추고, 찬기파랑가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