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 흑인 소년병은 산속 어딘가에 숨은 적을 정찰해야 한다. 적의 마을을 확보하고 소년병이 마주한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들, 그리고 흙바닥에서 울고 있는 꼬마 적들이다. 갈대밭에서 마주친 비슷한 또래 적군 병사와 소년병은 서로 먼저 쏘기 두려워 피한다. 구체적인 묘사가 없는 담담하고 간결한 글과 그림은 소년병이 마주한 비극적인 상황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탈색되어 그려져 있는 풍경과 아무 일 없다는 듯 피어있는 원색의 꽃과 동물들은 상황의 비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멀리서 풍경과 함께, 때로는 가까이서 그려진 병사의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어리둥절함 그리고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