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더운 도시의 여름밤, 아이는 식구들이 집에 있어도 각자의 일로 바빠 놀아 주지 않으니 시무룩하다. 그런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 주위가 온통 깜깜해진다. 별 수 없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한곳에 모여 손전등과 촛불을 켜고 그림자놀이를 한다.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가니 하늘엔 별빛이 가득하다. 온 도시가 정전이 준 고요와 어둠의 축제를 즐긴다. 불은 다시 들어 왔지만 아이네 가족은 기꺼이 할일을 미루고 느긋한 시간을 이어간다. 전기 문명의 발전으로 편리한 생활을 하지만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