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라서 갖는 한계 중에는 한 분야의 연구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남쪽과 북쪽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철새와 텃새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정치적인 경계는 연구의 공백을 만든다. 한반도에 사는 새를 연구한 원병오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유일한 조류학자였던 원홍구의 아들로, 아버지는 북쪽에서 아들은 남쪽에서 같은 종류의 새를 연구한 연구가로 유명하다. 원병오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찍부터 곤충과 새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국전쟁 이후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류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철새를 통해 북에 있는 아버지와 소식을 주고 받는 부분은 분단국가 국민의 아픔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