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구 아빠가 채소 상자를 종이로 덮어 트럭에 싣고 가면, 엄마손식당 아주머니가 받아 장사 준비를 하고 종이는 순이 할머니한테 준다. 할머니가 고물상에 팔 종이를 모으러 동네를 다니는 길에, 아까 받은 종이 한 장이 수레에서 떨어진다. 고양이가 그 종이를 발로 차고 돌아다니다 호돌이슈퍼 앞에 떨어뜨리고, 평상에서 놀던 현서가 종이를 집어 동네 맨 위쪽 공원에 올라간다. 작은 기와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 풍경을 꼼꼼하게 그렸다. 큰길엔 나란히 들어선 가게들, 담 밑과 옥상엔 꽃과 푸성귀를 심은 대야와 스티로폼 상자들, 지붕엔 나물 말리는 채반, 담벼락엔 널어놓은 이불이 있고, 곳곳에 일하고 만나고 노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림 속에 장면을 잇는 실마리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