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그냥 몰래 가져온 거야.’ 하며 태연하게 조잘거린다. 작은 물고기는 커다란 물고기가 모자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잘 거라고 장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작은 물고기의 말과 정반대로 대응하는 커다란 물고기를 마치 우리끼리만 아는 듯 익살스런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가로로 긴 판형이 두 물고기의 동선과 사건 전개에 효과적이다. 뽀글거리는 공기 방울, 커다란 물고기의 눈동자만으로도 깊은 물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의 긴장이 느껴진다. 수다스럽게 변명을 늘어놓는 작은 물고기와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물고기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이 그림책은 우리 모두의 속을 꿰뚫어보고 있기라도 한 양 단순하면서도 깊은 웃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