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살던 중세는 곤충들이 진흙탕에서 생겨난다고 믿었던 시대다. 사람들은 모습을 바꾸는 곤충을 보고 ‘악마의 짐승’이라고 사악하게 여겼다. 하지만 열세 살 마리아는 곤충을 좋아했고 곤충이 사악하지 않다는 걸 믿었다. 그래서 몰래 병 속에 넣고 나뭇잎을 주면서 알이 애벌레로, 애벌레가 고치를 짓고 번데기로, 또 번데기가 ‘여름새’(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걸 관찰한다. 정성 들여 그림을 쓰고 글을 붙인다. 곤충연구 자체가 드물었던 시대에 여성의 몸으로 ‘변태’라는 한 가지 주제를 연구한 마리아는 뒤에 《수리남 곤충의 변태》라는 책을 남겨 유명해진다. 화려한 문양과 풍부한 색감이 잘 살아 있는 마리아의 곤충 그림과, 마리아의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는 글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