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따뜻한 가을날 과꽃 아래서 죽은 잠자리에 개미들이 모여든다. 개미들에게 분해되어 빨간 고추잠자리의 몸은 색색깔 점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황금빛 햇살 아래 흩어진 점들이 둥그렇게 춤추듯 모여들며 예쁜 꽃 모양을 이룬다. 죽으면 다른 생명에게 먹히는 자연 현상을 사람들의 장례문화에 빗대어 표현했다. “딸랑 딸랑” 소리가 되풀이되어 개미 행렬에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를 주고, 색점이 모이고 흩어지는 움직임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전해진다. 판화 기법을 사용하여, 눌러 찍을 때 생기는 번짐 효과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죽음 뒤에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