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코기를 물고 개를 피해 산 속 바위틈에 숨은 여우가 자신의 코와 귀, 주둥이와 눈, 앞발과 뒷발에게 “넌 뭘 했니?”라고 묻는다. 그러면 제각각 맛있는 살코기 냄새를 맡았거나, 개가 쫓아오는 소리를 듣거나, 살코기를 꽉 물고 있거나, 숨을 곳을 찾거나, 쌩쌩 달렸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꼬리는 뭘 했을까? 꼬리의 답이 모두를 화나게 한다. 리듬을 살려 주거니 받거니 말놀이처럼 읽어가다 웃음보가 터진다. 자신의 몸과 말을 하는 엉뚱한 발상만큼이나 그림에서도 여우의 몸 각 부위의 특성을 살려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귀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귀를 크고 과장되게 강조, 실룩실룩 움직이며 말을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