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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어린이 책읽기, 이것이 궁금해요 (사)어린이도서연구회 2010.03.31. 10322

어린이 책읽기, 이것이 궁금해요
 
 
Q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지 않아요. 언제까지 읽어 줘야 하나요?
 
   A 책읽어주기는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것을 돕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꼭 읽어 주세요. 아이가 글자를 익히면 혼자 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가 많은데,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읽는 것과 다릅니다. 아이는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이야기는 혼자 읽는 것보다 듣는 편이 더 재미있지요.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아이는 그림책의 풍부한 그림과 삽화를 즐기고 마음껏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글자를 읽으며 동시에 뜻을 새기고 내용을 흡수할 수 있게 되는 때는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라고 합니다. 그전까지는 읽어 주는 것이 독서력의 발달을 해치기는커녕 도움이 됩니다. 아이에게 생각할 여유를 더 많이 주게 되어, 아이는 내용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데 몰입할 수 있는 것이지요.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므로 책 내용을 알고 있을지라도 아이는 그 시간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혼자 읽는 데 어려움이 없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에게도 때로는 책을 읽어 주세요.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오래오래 누리시기 바랍니다.
 
 
Q 책을 읽어 줄 때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 책을 어떻게 읽어 줘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구연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읽어 주는 것을 들으면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할 것같이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관심을 집중시키려고 과장된 효과음을 낸다거나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읽어 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편안한 분위기가 전달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책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중간중간 설명을 하거나 잘 듣고 있는지 질문하지 말고, 아이가 책의 흐름에 마음을 맡길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읽어 주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점점 열중이 되어 책 앞으로 바싹 다가들기도 하지요. 그런데 몇 마디라도 듣는 게 있겠거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거니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아이에게 계속 읽어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지금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마음을 돌리는 것이 옳고, 또 아이가 책이란 그냥저냥 흘려듣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면 좋지 않겠지요. 학습지 풀듯이 붙들어 앉혀서 들으라고 눈치를 주어 가며 할 일도 아닙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읽어 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마음을 나누며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가요?
  
   A 아이가 스스로 책이 좋아서 많이 읽는다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책을 많이 읽어야 더 똑똑해지고 남보다 나아진다고 여기며 다독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책읽기는 아이 생활의 한 부분이며, 아이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많은 책을 읽느니보다 내 손에 쥔 소중한 책을 천천히,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읽고 나서도 감동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많은 책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아이 마음에 양식이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무리 아이가 책을 많이 읽어도 그 나이에 맞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자기 삶과 연결되지 않는 지식은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책 속에만 빠지게 두기보다 바깥에서 자연을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을 많이 주세요. 아이들은 아직 몸으로 세상을 만나며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유아가 지금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앞으로 책을 잘 못 읽게 된다고 단정해도 안 됩니다.
 
 
Q 아이가 좋아하는 책만 읽어요. 그래도 괜찮은가요?
  
   A 좋아하는 책을 충분히 읽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 책에는 분명 아이가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가 담겨 있겠지요. 즐길 만큼 즐기고 난 뒤에는 자연스레 다른 분야, 다른 책으로 눈을 돌릴 것입니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충분히 가지고 놀다가 충족감이 생기면 다른 장난감으로 손을 뻗듯이 말입니다. 아이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히고 싶어 하는 우리 어른의 욕심이 이런 걱정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방식을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건 어떨까요?
혹시나 아이의 관심이 다른 분야의 책으로 옮겨 가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재미도 없는 것을 억지로 읽느니보다 좋아하는 책을 충분히 즐겨야 책 읽는 즐거움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그래도 아이에게 다양한 책의 재미를 주고 싶다면 좋은 책을 골라 아이 곁에 놓아두거나, 어른이 직접 다른 분야의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Q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데 내용을 이해했는지 궁금합니다. 내용을 확인해야 할까요?
 
  A 책 읽는 속도는 아이에 따라 다르고, 책의 종류나 책을 읽는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어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아이가 책을 다 읽었다고 하니, 과연 끝까지 읽은 것인지, 건성으로 본 것은 아닌지 마음이 쓰이고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 것이겠지요.
  어른이든 아이든 독자는 책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자기에게 와 닿지 않는 책은 끝까지 다 읽지 않고 밀쳐 낼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줄거리나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자극이 아이와 책 사이에 흐릅니다. 그것은 어떤 잣대를 들이대어 확인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어른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책 속의 아주 작은 부분이거나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사실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이는 아직 생각을 겉으로 충분히 드러내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합니다. 느낀 것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온전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아이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자꾸 내용을 캐묻고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편 남보다 일찍 묵독하며 혼자 읽고 많은 책을 읽는데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글자만 읽는 버릇이 든 아이들이 그전보다 늘어난 듯합니다. 많이 읽히려는 어른이 늘어난 데에도 원인이 있겠지요. 그렇다면 혼자 읽게 하기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또박또박 읽어 주며 때때로 내용과 느낌을 서로 이야기한다든가, 소리 내어 읽어 보게 하여 내용에 집중하는지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Q 아이가 만화책만 읽습니다. 만화로도 독서력을 키울 수 있나요?
 
  A 아이들이 흔히 보는 만화책은 쉽게 읽힙니다. 글을 대강 읽더라도 그림이 많은 것을 보여 주므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고, 빠른 읽기 속도에 맞추어 순간순간 흥미를 끄는 장치들도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화에 쉽게 빨려들고, 재미에 이끌려 같은 책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만화와 달리 동화는 읽을 때 아이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고, 이야기에 빠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요즘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 영상과 컴퓨터에 익숙하다 보니 동화보다 만화를 더 찾는 것 같습니다. 학습만화, 과학만화가 쏟아져나와 있어 접할 기회도 많고요.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먼저 만화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동화 읽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아직 책읽기 습관이 자리 잡히지 않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좋은 그림책과 옛이야기, 동화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화를 많이 보면 만화에 익숙해지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독서력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글을 꼼꼼히 읽지 않게 될 수 있고, 깊이가 없는 얄팍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휙휙 읽어 치우는 버릇이 들 수도 있겠지요.
  물론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화들도 많이 있어요. 그러니 조악하고 형편없는 만화 속에서 좋은 만화를 골라서 읽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Q 책을 읽고 난 뒤 독후활동이나 글쓰기는 꼭 해야 하나요?
 
  A 넓은 의미에서 독서 후 활동은 책을 읽고 아이들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책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거나, 독후감 등의 글쓰기 모두를 포함합니다. 엄마나 선생님과 아이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끔 갖는 것은 유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교육에서 말하는 좁은 의미의 독후활동, 즉 책을 읽고 어른이 일정한 틀을 주어 정해진 활동을 하는 방식이나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토론, 논술  활동 따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틀에 박힌 독후활동은 아이의 상상력과 감동을 도리어 좁히고, 자발적이지 못한 토론 역시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감동한 것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는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키우고 감동을 느낀 것으로 충분합니다.
  초등학교 때, 특히 저학년 때는 글쓰기보다 책읽기가 더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독후활동이나 학교 숙제 형태가 아니라,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쓰기, 마음에 떠오른 생각과 공상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좋습니다.

 
Q 아이가 처한 상황(동생과 자주 싸운다, 성에 관심이 많다)이나, 주제별(전쟁, 환경, 우정, 통일, 가치관, 배려, 처세), 성격교정(폭력성, 소심함, 왕따)에 어떤 책이 도움이 되나요?
 
  A 우리는 책에서 지혜를 얻고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릅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뚜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지나친 생각이겠지요. 그런데도 우리 어른들은 성 문제, 형제간 갈등, 왕따 문제를 이해시키고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는 특별한 목적을 내세울 때가 많습니다. 좋은 책 한 권에서 얻는 즐거움과 감동은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할 수 없이 풍부한 것인데, 특별한 목적을 앞에 두면 책읽기가 틀에 갇히기 쉽습니다.
  독서 논술 사교육의 경우에 상황별·주제별로 목록을 정해 읽게 하면서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토론하는 수가 많은데, 자칫 독서가 주제 학습으로 변질될 염려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책을 고를 때 쉽게 의지하는 정보가 책의 주제이고, 그래서 눈길을 끄는 주제와 상황을 정해 거기에 맞추어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도 흔합니다. 아이들이 주제를 쉽게 뽑아내고 요약할 수 있게 만들어, 구성은 뻔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책이 많습니다.
  주제를 찾을 게 아니라 좋은 책을 찾아야 하고, 좋은 책이라면 아이에게 마음의 양식으로 쌓여서 어떠한 상황과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밑거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책읽기는 단계별로 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역사, 과학, 위인전을 접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A 책을 고를 때에는 누가 읽는가, 어떤 책인가,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누가 읽는가는, 아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떠하며 어떤 경험을 하였고, 그전에 독서 경험은 어떠했나를 말합니다. 어떤 책인가는 내용만 아니라 구성이나 글 특성까지 따져서 생각해야 합니다. 과학 분야를 예로 들면, 유아기 때는 동물의 생김새와 습성, 사람 몸에 관한 단순한 구성의 책부터 읽고, 같은 분야지만 연령이 올라갈수록 구성이 더 복잡하고 정보량이 많은 책을 읽게 되지요. 역사 분야도 친근한 역사 인물의 활동이야기라면 저학년이 공감할 수 있지만 역사 속 사회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면 초등 중학년 이상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책의 특성에 따라 독서하기 알맞은 연령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독서는 개인차가 있어서 그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전에 그 주제 책은 어떤 것들을 읽었는지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어느 아이한테는 쉽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어느 아이한테는 어렵고 따분한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렵고 따분하게 느낀다면 좋은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독서가 재미있는 일로 생활에 자리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억지로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독서 단계에 대해 국내에 검증된 이론은 없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주로 알려진 내용은 출판사에서 만든 소비자 홍보용 정보가 많고, 교과 학습 대비를 목표로 내세웁니다. 자칫 이런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아이의 상황과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학습에 치중한 독서는 아이의 호기심을 잃게 할 수 있으니 아이가 궁금해하고 좋아하는 내용 위주로 선택해 주세요.
 
 
Q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에는 왜 전집이 없나요?
 
   A 전집 출판과 유통이 어린이 책 시장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전집을 소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집에 있는 책이 모두 안 좋은 책은 아니지만 낱권으로 골라 살 수 없으니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는 부당한 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처럼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 없습니다. 여러 전집 회사가 비슷비슷한 책을 만들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육아와 교육정보를 퍼뜨려 전집을 읽지 않으면 아이를 잘 못 기르는 것처럼 몰아가는 일이 많은데다, 많은 전집까페들에서 각종 이벤트와 경쟁적인 책읽기가 벌어지는 현상도 우려스럽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이 같은 문제점과 전집 상품들을 평가하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전집이 아이들의 독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많은 책으로 구성된 전집을 보면 책을 다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전집은 학교 교과학습에 미리 대비하는 목적으로 기획되는 수가 많아 아이들이 책읽기를 학습처럼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어른은 전집을 구매하면 한동안 잊고 지낼 만큼 어떤 책을 사줘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전집 구매를 선호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서 아이에게 무리하게 책읽기를 강요하게 되기도 합니다. 독서를 일방적으로 유도하지는 않는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가에 급급해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에게 맞는 책을 한 권 한 권 고민할 때 책에 대한 이해,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올바른 책읽기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자라고 책을 읽는 것을 보아 가며 그때그때 단행본으로 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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