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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새로운 도전, 책읽어주기(박영주_성북지회) 사무국 2017.08.16. 1492

 책 읽어 주세요!



새로운 도전, 책읽어주기
박영주 성북지회

큰딸이 9살 때 쯤 지회에서 공부하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시공주니어)을 읽어 주었다.
그 당시 아이가 어렸고 주로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던 때라서 글이 많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책읽어주기를 서서히 잊고 있을 때 선배들이 ‘동화동무씨동무’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를 한다는 것에 존경과 부러움이 동시에 생겼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어 2015년 10월 ‘성북지회 책이야기 공부 모임’에 참여 하였고 새로운 도전도 시작되었다.
항상 책읽어주기에 수동적이던 내 마음이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운 좋게 둘째 친구 엄마가 임신을 해 자연스럽게 태교를 도와주면서 나에게도 책읽어주기 대상자 1호가 생겼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첫째 아이와 아이 친구에게도 책읽어주기를 하게 되었고 2016년 9월까지 책읽어주기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은 뚱이(태명)엄마에게 했던 책읽어주기로, 시작할 때는 책을 읽어주는 나도 들어주는 뚱이 엄마도 처음 하는 경험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나는 뚱이와 만나기에 앞서 녹음해서 듣기를 여러 번 연습해 보았다. 서툴러서 어색한 것인지, 어색한 마음이 많아서 서툰 것인지 모르겠지만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은 무척 쑥스러운 일이었다.
처음 책을 읽어주는 날 긴장하며 뚱이네 집으로 가니 뚱이 엄마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출산하는 날까지 서로 부담 갖지 않고 꾸준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뚱이와 처음 만난 동화책은 《호호 아줌마가 작어졌어요》(알프 프로이센 글, 비에른 베리 그림, 비룡소)였다. 책을 읽어주는 내내 진지하게 듣고만 있던 뚱이 엄마가 “언니! 아줌마가 작아졌다고 해서 아줌마 크기가 상상이 안됐는데 찻숟가락 만하게 작아졌다고 하니까 얼마나 작은지 알겠어”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우리 셋의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그 날부터 그림책, 동시, 옛이야기, 말놀이 등 ‘성북지회 책이야기 공부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매주 한 번씩 뚱이 엄마에게 들려주었다.
항상 책읽기 전에 뚱이 엄마의 배를 만지며 뚱이와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교감을 나누면 뱃속의 뚱이는 잠을 자기도 하고 꼬물꼬물 움직이거나 톡톡톡 하면서 손짓 발짓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그럴 때면 내 목소리를 기억 해주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힘이 솟았다.
또 기대 반, 부담 반으로 시작했다던 새봄엄마의 책 읽는 마음도 점점 기다림과 설렘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임신으로 힘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으로 되어갔다.

개구리 또 덥접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큼 뛰어 풀숲으로 가 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엽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개구리네 한솥밥》(백석 글, 강우근 그림, 길벗 어린이)의 구절이다. 난 백석 글에만 빠져 책을 읽고 있는데 뚱이 엄마가 “언니, 이 그림은 정말 잘 그렸다. 나 어릴 적 시골 밭에서 보았던 풀과 잎하고 어쩜 너무 똑같네.”라며 그림책의 그림을 보고 또 보곤 했다. 나는 책을 읽어주기 전에 여러 번 보았다고 자신했는데 그림은 무심히 지나쳤구나 싶어 뚱이 엄마와 함께 글과 그림을 천천히 보면서 서로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책 한 권으로도 많은 대화를 하며 가슴속 깊은 마음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좋은 책과 그림이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달강달강’ 말놀이를 하면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뚱이 누나와 엄마의 다정한 눈빛교환과 닭살 돋은 행동에 몸과 입으로 웃는 놀이 시간이 되었고 주미경의 동시 ‘처음 손잡은 날’《나 쌀벌레야》(문학동네)을 같이 낭송할 때는 연애시절의 풋풋함과 설렘을 맛보았다.
그러면서 차츰 나에게 있어 책 읽어주는 시간은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마음을 나누는, 또 새로운 생명을 함께 자라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갔다.
뚱이 엄마도 출산 때까지 함께 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럽다며 고마워했다.
그렇게 2016년 3월 17일 세상의 빛을 보며 뚱이가 태어났다.
내 책읽어주기는 새로운 도전에서 서툴게 시작되었고 지금은 조금씩 즐거움으로 기다림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6년 11월호 <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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