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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우리 집 아이들과 책 나눔을 소개합니다(김향란_북부지회) 사무국 2017.08.16. 1321

 책 읽어 주세요!




우리 집 아이들과 책 나눔을 소개합니다

김향란 북부지회


2008년 12월 오치동에 책돌이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 살, 다섯 살 때입니다. 바쁜 남편 때문에 주말 놀이터는 아침부터 우리 아이들 차지였지요. 이 세상에 우리 셋만 남겨진 것처럼. 그래서 화창한 주말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제발 주말엔 비를 퍼부어 달라고 간곡히 빌었는데 제 나쁜 심보를 고쳐 주기라도 하듯 도서관을 보내 주셨습니다.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도서관을 가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에게만 읽어 주던 책을 옆에 있는 아이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사서가 되어서는 의무이기도 했지만 읽어 주는 것이 즐거워 자발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와 집 그리고 무등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에 전념하려 잠깐 어린이도서연구회를 탈퇴했다 2014년에 복귀했습니다. 복귀와 동시에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탈퇴하고 책읽어주기도 멈춘 듯해요. 그 사이 TV를 들여 놓았고 학습만화에 노출되면서 두꺼운 책이 싫다며 만화만 보는 아들이 되었답니다. 4학년인 아들을 위해 동화동무씨동무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상황이 허락치 않아 몹시 아쉬웠습니다. 모둠시간에 2015년, 2016년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목록을 받고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아들에게 책을 읽어 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일곡도서관에 가서 도서검색을 하는데 아들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아들이 검색을 했고 우린 분류번호를 보고 서가에서 책을 함께 찾았습니다. 밤에 《손톱 공룡》(배봉기 글, 민경숙 그림, 바람의아이들)을 읽어 주겠다고 하자 두껍다며 자기는 레고를 조립할 테니 옆에서 읽으래요. 옆에서 읽는데 힐끔힐끔하더니 내 옆에 누워 책을 들여다봅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하지만 활동량이 많은 아들은 곧 잠들었습니다. 다 읽는 데 5일이 걸렸습니다. 어느 날 아침엔 이불을 덮고 한참을 있기에 뭐 하냐고 물었더니 손톱 공룡 흉내를 냈대요. 아들의 반응에 기뻤습니다. 헛되지 않았어. 좋았어.

주말엔 몹시 피곤해서 누워 있는데 아들이 “엄마 피곤하니까 힘내라고 제가 책 읽어 줄게요. 어떤 책 읽고 싶어요?” 했어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에서 골라 제게 읽어 주었어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항상 배가 되게 나에게 되돌려주는 아이입니다. 힘이 나서 저도 보답으로 《엄마를 찾아서》(응웬 후이 뜨엉 글·그림, 정인출판사)를 읽어 주었습니다. 아들은 “엄마, 글자가 많아도 생각보다 재밌네요.” 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럽고 개연성이 없다고 혹평을 하더군요. 솔직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지만 아들이 재밌다고 하면 된 겁니다.


피구를 좋아하는 아들이 야구도 좋아할 것 같아 읽어 준 《소리 질러, 운동장》(진형민 글, 이한솔 그림, 창비)에서 우린 야구부 모집 벽보에서 빵 터졌어요. 야구부 모집과 막야구부 모집 벽보를 번갈아가며 읽어 달라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너무 웃겨서 겨우겨우 읽었어요. 딸이 왜 웃냐고 묻더니 《손톱 공룡》처럼 그 다음 날 다 읽었더라구요. 아들은 운명을 건 막야구부 시합이 궁금하다더니 잠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 빨리 책을 읽어 달라고 재촉했답니다.

“누가 이길까?”
“막야구부요.”
“왜?”
“야구부는 막야구부 안 해 봤잖아요.”
“그래? 어디 한번 읽어볼까?”
“엄마, 누가 이길까 너무 궁금해서 엄마 없을 때 조금 읽었어요.”
“그랬어?”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 줄 “그 애가 저쪽에서 아직 웃고 있었다.”를 읽자 아들은 “두 팀 다 이겼네요.” 하며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았습니다.

“저 애가 누굴까?”
“김동해.”
나는 아들을 껴안으며 말했어요.
“김동해 멋져. 우리 김동해. 사랑해.”
“사랑해요.”
“아들이 동해였다면 세이프야 아웃이야?”
“세이프! 아니에요. 아웃이죠?”
“왜?”
“진실을 말해야죠. 공희주 아웃! 공희주 떡볶이 사 줘. 엄마가 공희주잖아.”

그 다음 날 간식으로 떡볶이를 해줬습니다. 아들은 샤워할 때마다 제가 리듬감 있게 읽어 준 “빅토리, 빅토리, 승리는 우리 것!” 하고 노래를 불러 설거지하는 저를 흐뭇하게 했어요.


퇴근하자마자 아들에게 씻으라 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샤워하면서 “엄마 이번엔 어떤 책 읽어 줄 거예요?” 하고 물었어요. 《거짓말처럼 거짓말을 끝냈어》(진 밴 뤄벤 글, 길상효 옮김, 씨드북)는 《소리 질러, 운동장》보다 더 두꺼운 책입니다.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언제나처럼 나는 침대에 앉아 책 읽고 아들은 책상 앞에 앉아 레고 조립중이었지요. 책에서 주인공인 위지는 퇴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외할머니의 유일한 유품인 찻주전자로 차를 끓이려다 찻주전자를 깨뜨렸어요. 위지 엄마는 연신 잘못했다는 위지에게 꼴도 보기 싫다고 소리를 질러 댑니다.

“엄마는 제가 찻주전자 깨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들, 안 다쳤어?”
“그렇지, 우리 엄마는 착하니까. 우리 아들 안 다쳤으면 됐어. 괜찮아. 이럴 거죠?”
“큭 큭, 응.”

위지는 엄마, 루쓰앤, 잭슨과 함께 행복마을이라는 창고가 모여 있는 동네에 살아요. 위니, 루쓰앤, 잭슨 삼남매는 아빠가 모두 다릅니다. 위지의 아빠는 엄마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떠나 버렸어요. 엄마는 토미아저씨랑 결혼해 여동생 루쓰앤을 낳지만 토미아저씨도 군대 훈련소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가난하고 직업도 변변치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루이아저씨가 남동생 잭슨의 아빠예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쫓겨나기 일쑤지만 누구보다도 잭슨을 사랑합니다.

동생들은 아빠가 있는데 위지는 아빠가 누구고 지금 어디에 계신지 늘 궁금했어요. 엄마는 화만 내고 알려 주지 않지만 위지는 아빠 찾는 것을 그만 두지 않았어요. 아빠가 왜 없냐고 묻는 친구에게 아빠가 여행가라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더한 거짓말로 아빠 자랑을 늘어놓아 자꾸만 거짓말이 쌓여 갑니다.
위지가 아빠에 대해 거짓말을 꾸며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아들이 “엄마, 우리 어렸을 때 우리 아빠는 에버랜드도 데려가 주었죠.” 했습니다. 다섯 살 때 일을 말하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니까 그 이후 멀리 놀러 가거나 여행 가 본 적이 없네요. 그게 늘 불만이었고 아이들만 있게 해서 많이 미안했는데 아이들은 저보다 아빠를 더 이해하고 늘 관대합니다. 어쩌면 위지처럼 철이 빨리 들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감사해야지요.

“엄마, 언제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물었어요. “엄마도 모르겠어.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거야.” 했어요. 부끄럽지만 아들에게 읽어 주면서 저도 처음 읽거든요. 이렇게 소리 내어 읽었는데 전날에 읽은 것이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고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아요. 반면 아들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읽을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위지도 열한 살 아이인데 왜 엄마는 첫아이를 아이로 보지 않는 걸까. 물론 아빠에 대한 배신감에 딸마저 미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만 힘든 것 같아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딸아이는 언제나 따뜻하게 감싸 주는 ‘아빠바라기’예요. 지금 위지에게도 상처를 보듬어 줄 그런 아빠가 절실한데 맘이 아파요.


그 다음 날은 바쁜 딸아이도 함께 듣겠다고 옆에 앉았지요. 아들은 레고 조립중. 위지가 결심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거짓말을 안 하겠다는 것 말고도 결심한 게 또 있다. 앞으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엄마가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걸 엄마한테 보여 줄 거다.” 6학년 되면서 부딪치는 일이 잦아 감정이 좋지 않은 딸의 표정이 정말 웃겼어요. “헐. 좀 어이없다.” 읽는데 웃음을 참기 힘들었어요. 위지가 고마웠어요. 한편으론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위지가 안쓰러웠어요. 위지의 모습에서 딸아이의 모습을 보았거든요. 제가 위지 엄마였어요. 곧잘 장난도 치지만 엄마가 화난 것 같으면 눈치 보며 어떻게든 풀려고 애를 쓰거든요. 언제는 설거지를 해놔서 화가 풀린 적도 있어요.
아들은 샤워를 하고 저는 변기에 앉아 양치질을 합니다.


“엄마, 저도 아빠가 없으면 위지처럼 찾아 나설 거예요.”
“응. 그래.”
“위지 엄마는 왜 아빠를 싫어해요?”
“아빠가 용훈이 형처럼 대학생 나이에 엄마가 아기를 가진 걸 알고 멀리 떠나 버렸거든.”
“왜요?”
“아빠가 아이를 가지면 책임질 일이 많은데 두려웠나 봐.”
“아빠 나쁘다.”


아들은 이렇게 꼭 씻으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잠잘 채비를 하고 레고를 찾으면서 “엄마 제 방으로 오세요. 빨리요.” 하고 불렀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들 질문에 답하는 입장이었는데 제가 질문을 했어요.

“위지는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데 네가 위지라면 어떨 것 같아?”
“아빠를 원망하지 않아요. 우리 아빠니까요. 아빠가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아빠가 돌아가셔서 불쌍해요.”

언제 이렇게 컸는지 기특했습니다. 아빠에 대한 아들의 마음을 남편에게 전해 주었어요. 말없이 웃더군요. 이 책에서 거짓말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아들과 저는 거짓말보다 우리 가족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듯해요.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 “엄마는 내가 틀려먹은 애라고 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틀려먹지 않았다.” 아주 잠깐 망설였어요. “너도 위지가 틀려먹은 애라고 생각하니?” 하고 물어 보려다 “위지는 참 예쁜 아이인데.”라고 말했지요.

“엄마, 위지는 틀려먹은 애가 아니에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요.”
흥분한 듯 말하는 아들을 보고 좀 놀랐어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에 울컥하기도 했어요.

“나도 엄마가 학원 안 갔다고 위지 엄마처럼 해서… 다 이유가 있는데….”
“그랬어. 무슨 이유?”
“놀고 싶은 이유요.”

사랑스러웠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두꺼운 책 읽었다는 기념으로 우린 빙수를 사 먹었답니다. 저녁에 아들은 《엄마 없는 날》(이원수 글, 웅진닷컴)을 선택했구요. 연체됐다는 문자를 몇 번이나 받고 반납했답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책읽어주기라고 생각했어요. 6학년 딸에게 주말 밤에 책을 읽어 주던 일은 흐지부지되었답니다. 책도 좋아했지만 엄마랑 단둘이 읽고 단둘이 자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꾸준함이 문제이지요. 약간의 강요와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할까요. 그게 바로 모둠활동과 아이들의 반응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표정, 몸짓, 말 한마디 한마디가 책읽어주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거든요. 또 아이들의 행동과 변화된 모습에서 책읽어주기의 보람도 크고요.


탈퇴하고 책읽어주기에 소홀했답니다. 책 읽어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도 많이 했어요. 딸아이는 자기가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설거지하는 제 옆에 와서 읽어 주고 학급문고에서 읽은 책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재밌게 들려주고 빌려다 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아들 또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책 빌려 왔다고 언제까지 읽으라고 당부했지요. 여유도 없는데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읽기가 싫어지더군요. 아이들도 그랬겠구나 싶었어요. 자기 책이나 빌려올 것이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읽었던 책만 빌려 왔어요. ‘보고 있었어.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지금까지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책을 읽어 준 보람이 있구나. 잘했어.’ 나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답니다. 2016 동화동무씨동무도 우리 가족과 한번 해볼까?


책읽어주기를 하면서 제가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책읽어주기는 좋아하지만 책의 재미에 빠진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지 못했어요. 좋아하고 싶습니다. 책 읽어 주는 즐거움과 책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책읽어주기를 계속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노력하면 될까요?

 

*2016년 9월호 <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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