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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나를 가득 채우는 일(홍지연_문경지회) 사무국 2017.08.16. 1181

 

책 읽어 주세요!


 

나를 가득 채우는 일

 

홍지연 문경지회

 

 

 

선생님!”

 

아이들 운동회가 있어서 찾아간 운동장. 누가 등을 똑똑 두드리기에 돌아보니 1학년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가씨가 아주 밝게 웃으며 반가운 얼굴로 서 있었어요. 그래서 안녕!” 하고 인사는 했는데 솔직히 그 순간 이 친구가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금방 저번 주까지 책 읽어 준 교실에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고 나니 그 친구의 밝은 반가움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책 읽어 주는 선생님을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해 주는 그 꼬마 친구의 마음이 그대로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지난 4월부터 모전초등학교에서 책 읽어 주는 엄마라는 책읽어주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이 학교에서 문경지회가 책 전시를 한 터라 담당선생님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우리 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 책읽어주기 활동을 선뜻 시작했지요. 매달 한 학년씩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두 권 정도를 읽어 주기로 했고, 4월은 1학년 3반에서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첫날 아침은 무척 분주했어요. 무슨 책을 읽어 줄까? 어떻게 인사를 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좀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일찍 도착한 학교 교실 앞에서 두 손 모으고 가만히 서서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지켜보았어요.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 책 읽어 주는 선생님인가 보다!” 한 친구가 소리쳤고 교실로 들어갔던 친구들도 우르르 몰려나와 오늘 책 읽어 주는 거 맞죠?” 하며 궁금증을 풀었지요.

 

제 호칭을 어떻게 할까 이야기 했어요.

 

책 읽어 주는 엄마?”

 

에이 우리 엄마 아닌데.”

 

그럼 책 읽어 주는 아줌마?”

 

그냥 아줌마요?”

 

, 그럼 마음대로.”

 

하고는 아이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었지요.

 

첫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은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는 눈빛을 가득 머금고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저는 그 눈빛 하나하나 소중하게 받아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한 책은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박재철 글·그림, 길벗어린이). 표지를 찬찬히 같이 들여다보며 이야기 나누고, 면지에 그려진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었어요. 키위 같다는 친구도 있고, 사과 같다는 친구도 있고, 도넛이라는 친구의 대답에 오잉?’ 하며 다시 그림을 보았고, 꼭 정답이라고 콕 찍으며 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친구도 있었지요. 여기저기 손을 번쩍번쩍 들며 이야기하고 관심을 보이며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영감이 죽은 척하는 장면에서 서서히 터져 나오던 하하하 웃음소리에 제가 더 들썩들썩 신이 났습니다.

 

이 책은 토끼들의 마지막 표정처럼 신나고 유쾌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기분 좋음을 선물한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무리하고 나온 복도에서 선생님이 따라 나오셔서, 이런 활동이 정말 좋다 하시며 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의 책읽어주기가 정답인 거 같다고 하시는 말씀에 힘이 불끈 솟았지요.

 

 

 

책읽어주기 두 번째 시간. 담임선생님이 깜박하고 전날 전달을 못 하셨다고 하시기에 좀 늦어지는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읽어 주기를 시작했습니다. 깜박깜박 도깨비(권문희 글·그림, 사계절)를 먼저 읽어 주려고 했는데 늦어지는 아이들을 위해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마틴 워델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시공주니어)를 읽어 주었어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 그 울음소리만으로도 이야기가 훌륭하게 전개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지요.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묘미는 중간 중간 나오는 오리 대사인 을 따라서 같이 읽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은 점점 커지는 목소리로 을 외쳤지요.

 

두 번째 책 깜박깜박 도깨비는 아이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책이에요. 표지를 보여 주며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들 몸이 점점 앞으로 쏠리기에 의자를 옆으로 빼서 앞으로 당길 수 있게 했더니 너도나도 앞으로 오겠다고 했지요. 잠시 자리 정리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앞표지의 도깨비가 누구인 거 같냐는 물음에, 단숨에 정답을 이야기하고는 얼른 읽어 달라는 아이들의 기대감을 가득 안고 읽어 주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자주 읽었던 책이라 중간 중간 아이들을 바라보며, 외운 듯 가져다 붙인 듯 옛이야기 보따리 풀 듯 이야기로 풀어 줬더니 호흡과 분위기가 맞았는지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며 재미있어 했어요. 역시 옛이야기는 이야기로 풀어 줘야 제 맛인가 봅니다.

 

 

 

세 번째 시간.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 교실 앞에서 기다리는 저에게 얼른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어요. 이번 주 책은 줄줄이 꿴 호랑이(권문희 글·그림, 사계절). 저번 주 인기몰이를 했던 권문희 작가의 옛이야기 책을 준비했어요. 역시 이 책도 호랑이가 강아지를 삼키고, 호랑이 똥구멍으로 강아지가 빠져나오는 꿀꺽! 이 압권이었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깔깔 웃음소리가 끊어지질 않았지요.

 

다만 그림이 좀 작아서 여기저기 잘 안 보인다는 민원이 들어오기에 구석구석 보여 주러 다닌다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어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다 자세히 볼 수가 없어서 섭섭해 하는 친구들에게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으니 빌려 보라는 이야기를 전했지요. 미리 책 목록을 뽑아 학교에 드렸고 고맙게도 학교에서는 그 목록을 따로 구입해서 도서관 한 편에 특별 코너를 만들어 주셨어요.

 

이 이야기는 그 다음 주에 담임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아이들이 그동안 읽어 주었던 책을 모두 도서관에서 너도나도 빌려 왔다고 하더군요. 책 읽어 주러 오면서 다시 한 번 뿌듯하고 기특하였답니다. 다음 주가 마지막인데 아쉬워서 어쩌나 하는 마음과 이제 겨우 얼굴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읽어 줄 수 없다는 미안한 마음으로 마무리했어요.

 

네 번째 시간. 마지막 시간이라는 말에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 다음 주부터 안 와요?”

 

. 다음 달에는 2학년 교실로 가서 책을 읽어 줘서 그래.”

 

그럼 그 다음 달에 오면 되잖아요.”

 

미안. 그 다음 달은 3학년 차례여서.”

 

여기저기 불만을 표시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들에게 매주 나와서 책을 읽어 달라고 오늘 집에 가서 말씀드려 봐.” 하며 다독였지요.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도 해당 반의 어머니들에게 보여 드리고 지속적인 책읽어주기로 이어지기를 바란 것도 있었으니 그렇게 아이들을 달래고 부디 책 읽어 주는 진짜 엄마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그렇게 속상한 아이들을 달래며 시작한 책은 제목도 이름만큼이나 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소중애 글, 이승현 그림, 비룡소). 이야기를 시작하자 여기저기 흩어지고 섭섭했던 마음들이 풀려 나가는 듯했어요.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을 같이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신나게 노래하듯이 풀어 나갔지요. 제일 앞자리에 앉아 하며 수한무가 살아서 다행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요.

 

두 번째 책인 그건 내 조끼야(나카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비룡소)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 나갔어요. “나 같으면 조끼를 빌려 주겠어요?”라는 질문에 절대 빌려 주지 않아요.”, “안 빌려 줄 거예요.” 하는 아이들과 조금 끼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끼는데 양심이 없어요.”, “아주 많이 끼는데 저러네.” 하는 아이들 반응이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해서 예뻤어요. 그동안 재미있게 들어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는 약속을 하며 한 달간의 1학년 3반 책읽어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 책읽어주기를 할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이들이 웅성거리면 어떻게 반응을 하고 시선을 모아야 할지 순간순간이 고민이었고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웅성거림이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딴짓은 하고 있더라도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는 친구를 보며 귀는 나를 향해 있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어요. 자기 이야기를 더 풀어 내려고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찬찬히 들을 수 있는 여유와 요령도 생겼지요.

 

무엇보다 책을 읽어 주며 들썩일 만큼 신나게 하는 것은 아이들 눈빛이에요. 이야기를 시작할 때의 설렘을 담고 있기도 하고 이야기에 빠져 웃음을 가득 머금기도, 때론 화를 내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책을 나누는 것이 나를 가득 채우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신이 나거든요. 돌아오는 화요일에도 아이들과 신나는 책읽기를 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저의 마음을 더욱 채워 나가려고 합니다.


*2016년 7 · 8월 합본호 <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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