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소식통
전집반대
이야기 보따리
기사보기
독서교육지원시스템 반대, 학교도서관 살리기
HOME > 열린마당 > 책 읽어준 이야기
NO 제 목 글쓴이 날 짜 조회.
80 나를 키우는 고마운 친구들(홍윤경_마포지회) 사무국 2017.08.11. 1254

 

 

책 읽어주세요!

 

 


 

 

나를 키우는 고마운 친구들


 

홍윤경 마포지회

 

 

 


 

201210월 새 친구 3명을 만났다. 모두 성인지적장애 1급인 친구들이다. 이 중 재동이는 말을 잘하지만 자폐가 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민국이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 재동이와 민국이는 신체가 자유로운 친구들이다. 반면에 정석이는 중증 뇌병변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어렵게 약간의 언어를 구사해 의사소통을 한다. 2013년부터 만난 성철이는 인지 수준이 중학생 정도로 추측되지만 역시 중증 뇌병변에 언어가 전혀 안 된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문자판을 짚어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성철이는 2년차부터 상대적으로 인지능력이 높은 여자 친구들 책 모둠으로 이동했다가 올해 모둠을 조정하며 다시 만났다. 이 친구들과 매주 한 번씩 4개월을 만나고 여름, 겨울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두 달씩 쉬는 형태로 책읽어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성인인 친구들에게 ‘~라고 부르며 존대했지만 지금은 이름만 부르고 예사말로 만난다.1)


 

 


 

서울역사박물관 활동을 위한 안데르센모둠에서 공부할 때에 안데르센 작품을 좋아하고 즐기게 됐고 오랫동안 함께 책을 읽어 온 복지관 친구들과도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2016년 상반기 책 목록에 안데르센의 부시통인어 공주를 넣었다.


 

그동안 여자 친구들은 해오름도서관 관장님과, 남자 친구들은 나와 함께 책을 읽었는데, 이번 학기부터 모둠 형태를 조금 바꾸었다. 남녀 구분을 없애고 인지능력이 높은 친구들은 나와, 인지능력이 더 낮은 친구들은 관장님과 책 모둠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우리 모둠은 재동이와 성철, 그리고 미정, 경숙이가 새 식구가 되었다. 미정이와 공식 모둠은 처음이지만 오가며 자주 만나고 관장님이 안 계실 때 남녀 다 함께 책을 읽어 주기도 해서 익숙한 사이이다. 하지만 경숙이는 최근에 복지관에 입소했고 처음 만나는 사이라서 유대관계 형성은 물론 의사소통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필요할지 살짝 긴장 된다.


 

 


 

안데르센 동화 중 부시통은 서사 위주의 옛이야기 구조로 쉽게 이야기 재미에 빠질 수 있을 것 같고 인어 공주는 안데르센 대표작으로 완역은 묘사가 많고 구체적이지만 줄거리와 주제가 복잡하지 않아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안데르센 모둠에서는 어른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전집(윤후남 옮김, 현대지성사)으로 공부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는 안데르센 동화집(빌헬름 페테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을 골랐다. 문장이 쉬워 친절한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부시통으로 3월 새 모둠 첫 만남을 가졌다. ‘부싯돌’, ‘부시통이 뭔지 아느냐는 이야기로 시작해 부시통을 읽기 시작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병사가 입술이 가슴까지 축 늘어진 요술쟁이 할멈을 만났다는 도입부터 미정이의 눈이 빛난다. 재동이는 책 속에 빠지기 전에 읽어 주는 문장을 반복해 중얼거리거나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내 손을 붙잡기도 하는데 오늘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동도 않는다. 개의 눈알이 점점 커질 때마다 미정이는 얼마만 한 크기인지 물어보고 무섭겠다면서도 얼굴은 웃는다. 시작이 순조롭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오늘 처음 만난 경숙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물어보는 말에 전혀 대꾸를 안 한다. 미정이가 화장실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급기야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화장실을 다녀왔다. 생소한 분위기에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말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것도 힘들었나 보다. 내가 경숙이를 알려면, 경숙이가 귀로 듣는 독서가 익숙해지려면 얼마만큼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하게 된다.


 

성철이는 책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한데 오늘 부시통이 마음에 드는지 다 읽고 나자 씩 웃어 준다. 참지 못하고 성철에게 질문을 했다. “성철아, 재미있었어?” 성철이가 고개를 끄덕끄덕 해준다. 옆에서 미정이가 나도 재미있었어요.” 한다. 재동이는 책을 잡아끌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며 더 읽고 싶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재동이에게 책 빌리고 싶어?” 물었더니 .”이라며 바로 대답을 해준다.


 

 


 

새 모둠에서 안데르센을 만나는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인어 공주이다. 지난주 부시통을 좋아해 준 친구들이니 오늘 인어 공주역시 재미있어할 것이라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한창 읽고 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성철이의 시선이 새로 온 경숙이에게 꽂혀 있다. 책을 듣는 것보다는 경숙이를 살피는 눈치이다. 40대 아줌마의 촉으로 이건 뭐지 싶으면서도 성철이가 인어 공주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성철이를 좋아하는 미정이는 그런 성철이 얼굴을 힐끔거린다. 미정이마저 책 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작 경숙이는 심드렁하다. 경숙이는 책 읽어 주는 시간이 익숙하지 않아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미정이가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느끼니 나도 심각해졌다. 세 사람의 사랑의 작대기때문인지 인어 공주의 문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도 재동이는 열심히 몰입해서 듣는다. 미간을 찡그리며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엄청 집중해 있다.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쉬었다 읽을까 물어봤다. 재동이가 쉬지 말고 읽으라는 것은 당연하게 들리는데 인어 공주에 빠져 있는 건지 긴가민가한 친구들이 괜찮다는 건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이어서 40분을 읽었다. 마녀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중단하고 다음 주에 이어서 읽자고 하고는 헤어졌다.


 

아래층 도서관에 내려와서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의 묘한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친구들이 인어 공주를 재미있게 듣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새 모둠원도 있는데 어려운 인어 공주를 선택한 건 욕심이었던 것 같다는 자괴 섞인 고백을 했다. 더불어 재동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도 열심히 집중해 듣는 재동이가 정말 책 내용을 이해하고 좋아해서 듣는 것인지 자폐 증상의 하나로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는 고백이다.


 

 


 

1년이 되어 가던 2학기 때, 여전히 친구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시기였다. 수호의 하얀말(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을 읽어 준 적이 있었다. 감동스런 이야기이지만 친구들이 듣기에는 너무 길고 어려웠다. 그런데 운이 좋게 마두금을 구할 수 있었고 마두금을 직접 보여 주고 만져 보게 하고 스마트폰으로 마두금 연주 모습을 보여 주었다. 책은 줄거리만 대강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처음에는 혼자가 아닌 동기와 둘이 활동했고 책읽어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종이접기도 하고 병원놀이도 함께할 때였다. 책에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정석에, 성철이까지 들어오면서부터는 읽어 주기만 하는 시간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던 친구들이 만 2년이 넘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조금 다른 친구들이다 보니 다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국이와 정석이는 많이 친해지고 나와 의사소통이 좋아졌지만 책에 대해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성철이는 연령이 낮은 유아 그림책이나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을 때면 유치하다는 표현으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모습이 사라졌고 재미있다는 대답도 해줬다. 이후 성철이는 여자 친구들 모둠으로 옮겨 갔다. 그 속에서 재동이의 변화는 주목할 만했다. 책을 좋아하고 글자를 더듬더듬 읽을 수 있고 세계명작 CD를 열심히 듣던 재동이지만 비장애 어린이처럼 인지능력이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2년을 넘긴 5학기 때 수호의 하얀말을 다시 읽어 주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고 책을 읽어 준 뒤 종이접기 같은 활동은 하지 않았다.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던 민국이는 차분히 앉아 있게 되었고(안타깝지만 4년을 넘게 만나도 책을 잘 보거나 듣지 않는다.) 재동이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재동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만 2년을 만나며 이야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재동이는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북뱅크), 용감무쌍 염소 삼형제(아스비에른센·모에 글, 마샤 브라운 그림, 비룡소),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현대지성), 생쥐 이야기(아놀드 로벨 지음, 엄혜숙 옮김, 비룡소) 같은 책을 특히 좋아했다.


 

 


 

이런 재동이였는데 정말 혼란스러웠다. 인어 공주, 안데르센이 미워지고 싫어지는 것 같았다. 관장님이 선생님, 책 읽어 주며 친구들 반응으로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지 몰랐네요.”라는 말을 했다. 책을 읽은 후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책으로만 교감하는데 감상을 나누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고민되고 활동에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대답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친구들 생각에 계속 불편했다. 책 목록에 안데르센을 넣은 것도 착오였던 것 같고 새로 만난 여자 친구들을 아직 모르면서 지난 4년을 핑계로 교만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동이를 생각하면 더 괴로웠다.


 

인어 공주는 이쯤에서 접고 다음 주에는 다른 책을 읽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 안데르센모둠을 같이 하던 이경이 씨가 고병권 씨 얘기를 해줬다. 고병권 씨가 공동체에서 장애인들에게 니체를 읽어 줬는데 6개월쯤 되니 눈빛이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 얘기가 내게는 섬광 같았다. 나라면 첨부터 니체를 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재동이에 대한 고민은 해결해 주었다. 얼굴 표정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건지, 이해를 못 하는 건지, 집중하여 무아지경인지 알 수 있었는데 인어 공주를 즐기고 있는 재동이를 의심했었다. 어린이를 믿으라면서 나는 재동이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일주일 후 다시 인어 공주를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환절기라선지 미정이와 경숙이가 감기로 복지관에 나오지 못했다. 재동이와 성철이에게만 책읽어주기를 했다. 마녀를 찾아가는 부분부터 읽어 주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쉬었다 읽을까?’ 물어보고 내용과 관련된 농담도 하면서 읽었는데 두 친구 모두 끊지 말고 계속 읽으란다. 재동이는 지난주와 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몰입해 듣고 성철이도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한다.


 

드디어 50분 만에 다 읽고 책장을 덮는데 성철이가 손가락으로 책장을 뒤적이며 내 얼굴을 본다.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책을 뒤적인다. “이 책 더 읽고 싶구나?”라는 물음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아래 해오름도서관에서 빌려다 줄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한다. 처음 보이는 반응이다. 재동이는 자주 읽어 준 책을 빌려 달라고 하지만 성철이가 읽어 준 책을 빌리는 것은 처음이다. 성철이는 종이책을 잘 보지 않고 태블릿 PC를 즐겨본다. 손가락마저 자유롭지 못하지만 태블릿 PC는 익숙하게 다루고 즐겨 봐서 애칭처럼 태블릿 PC’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성철이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한다. 너무 기쁜 나머지 당장 아래층에 가서 빌려 주겠다고 했더니 재동이가 자기도 빌려 보고 싶단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재동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내려와 안데르센 동화집1(시공주니어)을 빌려 주었다.


 

밉고 싫었던 인어 공주와 안데르센이 다시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여러 번 읽어 슬슬 지겨워지려던 인어 공주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결석한 미정이와 경숙이가 떠올랐다. 성철이와 달리 두 여자 친구는 분위기 때문에 인어 공주를 즐기기 못했던 것 같지 않다. 너무 긴 이야기에 구체적이고 많은 묘사를 따라오기 힘들었던 것 같다.


 

 


 

또 일주일이 흘렀다. 다음 목록으로 예정돼 있던 아기 늑대 세 남매(아기 늑대 세 남매, 권정생 글, 권문희 그림, 산하)를 들고 친구들을 찾아갔다. 여전히 몸이 아픈 친구들이 많다. 오늘은 재동이와 미정이만 있다. 재동이는 나를 기다리며 지난주 빌렸던 안데르센 동화집1을 읽고 있었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물어보니 인어 공주를 가리킨다. 인어 공주만 읽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처음부터 인어 공주까지 읽었단다. 자그

댓글달기
이름   패스워드   스팸검사(이숫자입력)
NO F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   도서관에서 만난 또롱또롱이들(이정민_북부지회) 사무국 2017.08.16 1816
65   새로운 도전, 책읽어주기(박영주_성북지회) 사무국 2017.08.16 1492
64   이야기 문을 열어주세요(신은경_양산지회) 사무국 2017.08.16 1253
63   우리 집 아이들과 책 나눔을 소개합니다(김향란_북부지회) 사무국 2017.08.16 1321
62   나를 가득 채우는 일(홍지연_문경지회) 사무국 2017.08.16 1181
61   나를 키우는 고마운 친구들(홍윤경_마포지회) 사무국 2017.08.11 1255
60   이야기 밥샘! 또 읽어주세요(전하정_원주지회) 사무국 2017.08.11 1386
59   언제나 방가방가 (정미연_오산지회) 사무국 2017.08.11 1173
58   함께 시를 읽는 행복(이정미_파주지회) 사무국 2017.08.11 1295
57   보이지 않던 인생의 꽃을 보다(강경희_노원지회) 사무국 2017.08.08 1283
56   딸기 그림책 더 없나요?(신은영_구미지회) 사무국 2017.08.08 1605
55   책 읽어줄 때,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안연희_영천지회) 사무국 2017.08.08 1409
54   좋아요, 그-냥!(이향미_전주지회) 사무국 2017.08.08 1292
53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임진숙_마포지회) 사무국 2017.08.08 1251
52   내가 만난 고마운 아이들(성경신_은평지회) 사무국 2017.08.08 1236
1 [ 2 ] [ 3 ] [ 4 ] [ 5 ]
 
회원사랑방
새로나온책
2021 목록
회원가입안내
찾아보기
옛날옛적갓날갓적
아동전집출판현황과쟁점2
옛집가기
 
 
주소 : 03970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길 46 2층 (사)어린이도서연구회 ㅣ 전화 : 02-3672-4447 ㅣ 전송 : 02-3672-4449 ㅣ 고유번호 : 101-82-06190
이 사이트에 실린 글과 그림은 허락없이 함부로 옮겨 실을 수 없습니다.    대표 메일 : childbook@childbook.org ㅣ 근무시간 : 오전 9:30 ~ 오후 5:30
Copyright ⓒ 2000 www.childbook.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