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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이야기 밥샘! 또 읽어주세요(전하정_원주지회) 사무국 2017.08.11. 1386

책 읽어 주세요!

 


 

 

 

이야기 밥샘! 또 읽어주세요

 

전하정 원주지회

 

 

나는 그림책이 쑝쑝선생님이었다. 딸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7세 반을 시작으로 6, 5, 4, 3세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린이집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읽어주기를 처음 가서, 무어라 인사를 해야 할지, 무엇으로 집중을 시키며 시작을 할까 고민을 했었다. 책읽어주기 활동이 활발히 시작되면서 지회에서 책읽어주기 활동가들의 이름을 지었다. 바로 이야기 밥샘이다. 이제는 그림책이 쑝쑝이 아닌 이야기 밥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용기와 호기심으로 멋모르고 시작해서, 첫해에는 아쉬운 대로 처음이니까 위로하면서 버틸 수 있었는데 다음 해부터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활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 반응이 좋지 못할 때 느끼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질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책읽어주기 활동을 할 그릇이 안 되나 보다 하고 정리하고 쉬려 할 때, 너무 잘하려고만 애쓰지 말고 좋은 그림책 한 권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책과 아이들을 믿어 보라고 활동가들이 따뜻한 격려 말로 용기를 주었다. 그것이 버팀목이 되어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웠다.

7, 6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자주 설명하려 했고 질문하는 일이 많아졌고 준비해 간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4세 아이들과 만나면서는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색깔을 찾아본다든지 숫자에 맞추어 박수를 쳐 본다든지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

이렇게 3년간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2년째 장애아 어린이집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5세부터 8세까지 경증 원아들이 한 반으로 구성된 반에서 처음 책을 읽어 주던 날이 생각난다. 처음 만난 그림책은 괜찮아(최숙희 글·그림, 웅진주니어)였다. 처음 보는 내가 낯설기도 했겠고 그림을 만져 보자며 내 쪽에서 들이대는 뾰족뾰족 고슴도치랑 어흥 사자가 싫었었나 보다. “무섭다.” “나 이거 싫다.”는 표현들을 하기도 했고 너무나 조용하기도 했었다.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을 수 있어.”라며 혼자 크게 웃음으로 마무리했던 뻘쭘했던 그런 시간들이 다시 떠오른다.

 

고정적인 활동의 이점은 아이들 이름을 얼른 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 갈 때는 아이들 이름도 외워 갔고 미처 못 외워 둔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 말씀하실 때 얼른 귀담아 들었다. 아이들 이름을 불러 주니 친숙해진다고 할까? 더 편안해지기도 했다. 냠냠냠 쪽쪽쪽(문승연 글·그림, 길벗어린이)을 읽어 줄 때이다. 태교 한다고 만들어 둔 펠트 과일 모양 교구가 있는데 과일 속까지 반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그림과 안성맞춤 활동이 가능했다. 펠트 과일을 하나씩 열어서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책과 비교하고 어떤 맛이 나는지 따라서 말해 보고 냄새도 맡아 보았다. 이 과일이 싫다며 던지기도 하고 다른 과일이 맘에 든다며 바꿔 달라고도 하고, 두 개 갖고 싶다며 이것저것 만져 보던 그날이 떠오른다.

 

또 하나 나의 애정 어린 도구가 되어 준 낚시놀이 장남감이 있다. 매번 또 읽어 주세요.” “빨리 넘겨 주세요.”란 요구를 하던 아이가 물고기 책을 읽어 달라고 하여 준비한 알록달록 물고기 모두 몇 마리일까요?(로이스 앨러트 글·그림, 시공주니어)는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표정도 여러 가지고 크기도 제각각에 모양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이 그림책 안에 가득 담겨 있다. 이 놀이도 펠트로 물고기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 있어서 아이들과 낚시놀이를 하며 숫자도 세어 볼 수 있었다. 이런 활동도 처음부터 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다른 반 후기들을 살펴보고 같이 활동하는 이야기 밥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장애아동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움직임이 많아서 책만 읽어 주기보다는 놀이나 손유희를 하며 소통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책과 알맞은 놀이도 신경 써 가며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수박씨를 삼켰어!(그렉 피졸리 글·그림, 토토북)란 책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한 친구가 두고 가면 안 되느냐고 한 책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하여 두어 달 뒤에 받게 되었는데 파손되어서 원에서 구입해서 주느라 되돌아오는 게 늦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죄송하다며 ‘teacher’가 적힌 이름표 핀을 함께 주셨다. 수박씨를 삼켰어!를 다시 한 번 읽어 주는데 이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따라서 읽는다. 내용을 조금 외우고 있었다. 그때의 놀라움과 대견함.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후보도서를 얻었다는 것에 뿌듯했다. 이름표 핀을 가슴에 달고 뭐라고 쓰여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이야기 밥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다고 큰소리로 말해 준 친구가 있었다.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에도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이었다.

반응이 약할 때는 장애아동이라 그런가? 했다가, 호응이 좋으면 어디가 아프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왕좌왕했었다. 내 가슴을 만지기도 하고 내 등짝을 때리고 가도 장애아동이라 이럴 수 있겠지 생각하고 말았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이들의 사랑과 믿음을 나중이 되어서야 고마움, 미안함으로 느끼게 되었다. 말도 안 통할 것 같고 막연한 두려움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두 해를 미루다 활동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내게 여러 생각을 주고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선입견들이 버려지고 있다. 말도 잘하고 표현들도 풍부하고 모두들 반듯하게 생겼는데 숨어 있는 장애는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활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건 늘 처음인 듯 나를 보는 아이, 또 나를 알아봐 주고 기다렸다는 아이, 저번엔 좋았는데 이번엔 반응이 없는 아이, 오늘따라 폭발적으로 호응해 주는 아이, 웬일인지 말문이 터진 아이, 이렇게 한결같지 않아서 어렵고 또 그래서 새롭고 늘 긴장하게 하는 가온누리반 친구들이다.

 

나와 함께 1년을 책읽어주기 나눔을 한 친구들이 많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책읽어주기 활동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재미있어요.”인 줄 알았던 초보 시절이 있었는데 또 읽어 주세요.”란 걸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매주 가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씩 활동하면서 많이 알고 싶은 건 내 욕심이겠지. 하루 활동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책 고르기가 쉽지 않았던 의욕이 앞섰던 그 시절보다 한 번씩 아이들이 보고 싶고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요즘 난 책읽어주기 활동을 하는 내가 참 좋다. ‘이야기 밥샘이라서 좋다.

 

  *2016년 6월호 <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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