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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함께 시를 읽는 행복(이정미_파주지회) 사무국 2017.08.11. 1295

 

책 읽어 주세요!


 

 

함께 시를 읽는 행복

 

이정미 파주지회

 

2015년 둘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책읽어주기를 하러 가면서 올해는 꼭 시를 읽어줘야지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도 가끔 시를 읽어줬으나 가끔 읽어주는 게 다여서 본격적으로 시를 좀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 읽기는 책을 읽어주기 전에 분위기도 환기하고 아이들을 집중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목적은 시 한 편으로 아이들 마음이 따뜻해지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지요. 시심이 열리면 아이들 마음도 환하게 밝아지고 시를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태생적으로 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를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온전히 외웠던 윤동주의 서시는 매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고향집 밤하늘에 뜬 별 같아 괜히 쓸쓸하고 슬펐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그 시어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마음을 두드려 댔습니다. 시골 고향집 언덕과 들판을 쏘다니며 외웠던 시들은 하나하나 제 가슴에 들어와 오랫동안 제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습니다. 대학을 다닐 땐 기형도의 빈집이나 엄마 걱정을 백석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을 읽으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생의 한가운데 고난과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막연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육아에 시달리며 시가 제 주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시가 다시 제 마음에 들어온 것이 마흔이 넘어서이지요. 그래서 가끔 제 아이들에게 시나 동시를 읽어줬습니다.

3월의 마지막 주, 개나리가 피고 학교 앞 매화꽃에 꽃봉오리가 터지던 날 아이들 만날 생각에 기분 좋게 아이 학교로 갔습니다. 아침 845, 6학년 5반 교실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9시 등교라 아직 대여섯 명 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제 소개를 간단히 했지요. 앞으로 1년 동안 책을 읽어주는데 시를 항상 두어 편 정도 소개할 거라고 했어요. 그러고 마암분교 이창희 친구가 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와 나태주의 풀꽃을 읊어 줬지요. 이 시들은 짧아서 한 구절 한 구절 아이들 눈 맞추며 낭송하기 딱 좋아요. 시를 낭송한 후에 너희도 풀꽃처럼 예쁘다. 풀꽃은 가까이에서 허리를 숙이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보고 또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작은 봄꽃이 한창 필 때라, 학교 오고 가는 길에 그 들꽃들 자세히 들여다봐라, 그럼 정말 예쁘다, 그 꽃이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얘기할 거라고 했지요. 조금 오글거리긴 했지만 첫 시작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렇게 매주 시집을 들고 갔더랬습니다.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다가 워낙 반응이 없어서 아이들이 시를 좋아하고 있는 게 맞나? 나만 좋아서 읽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꿋꿋이 매시간 시를 읽어줬어요. 그 많은 시들 중 아이들이 유일하게 웃었던 시가 바로 바람둥이놓쳐 버린 기회입니다. 벌서다가(휴먼어린이)라는 시집에 실려 있는 아이들 시입니다. 읽어주기 전에 제목을 알려 주지 않고 읽어준 후 제목을 한번 맞춰 보라고 했어요. 아이들 반응은 뜨겁다 못해 교실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바람둥이

최지현 5학년

 

엄마는 바람둥이

혁하 엄마한테도

태희 엄마한테도

자기라고 부른다.

 

엄마는 바람둥이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30명은 훌쩍 넘는다.

 

자기가 많은 우리 엄마는

바람둥이!

 

 

여기저기서 아이들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엄마도 그래요.”, “제 짝이 친구한테 그래요.”, “맞아요. 맞아요.”, “우리 엄마는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저도 사실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회원들은 친하다 보니 동년배끼리는 그냥 편하게 자기라고 부릅니다. 이 시를 초등생 딸, 아들에게 읽어줬을 때 엄마도 바람둥이 맞잖아. 시 속에 이 엄마가 바로 엄마네.”라고 했어요.

 

 

놓쳐 버린 기회

정현수 5학년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를

학원에서 매일 본다.

 

그 애가

너 나 좋아하냐?”

하고 물었다.

 

미쳤냐? 내가 널 좋아하게!”

하고 소리 치고 말았다.

 

요놈의 주둥이 때문에 다 망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이 기가 막힙니다. 그 문장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저도 학창시절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저에게 고백을 했을 때 제가 마음과는 다른 반응을 했더랬습니다. 그래 놓고는 얼마나 후회했던지.

교실에서 이 마지막 연을 쉼을 좀 주고 읽어줬더니 아이들이 박장대소했어요. 아이들이 도대체 제목이 뭐냐고 빨리 말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는데 한참 뜸을 들이고 제목을 말해 줬더니 아이들 반응이 ~”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래 놓고는 왁자지껄 난리가 났습니다. “저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얘기할 거예요.”, “선생님 우리 반에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 있어요.”, “저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 좋아하는 여학생 있대요!”, “선생님 저도 이런 적 있었어요.”, “바보같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맞아요. 제 마음과 반대로 말할 때가 많아요.” 정말 많은 말을 했습니다.

이성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는 시기라 이 시가 맘에 콕 들어왔던 거겠지요. 자기들의 이야기를 또래 친구가 썼으니 얼마나 공감이 많이 갔을까요? 같은 또래인 제 딸의 반응이 궁금해 이 시를 읽어줬더니 주둥이 때문에 망했다는 표현 너무 재미있다. 엄마 난 이런 상황이 오면 엄청 민망할 것 같아. 재미있을 것도 같아.” 그래요. 제가 너도 이런 경험 있으면 이렇게 한번 써 봐.” 하며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러는 저에게 딸아이가 외칩니다. “엄마, 나 시는 어려워. 엄마나 많이 쓰세요.” 이럽니다. 읽어만 줄 걸. 제가 또 괜한 욕심을 부렸나 봅니다.

시를 열심히 찾아 읽다 보니 좋아하는 시가 하나둘 쌓였습니다.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보리)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엮었는데, 초등학생 123명의 시를 모은 시집입니다. 그 중에 시험우리 형이 좋았습니다.

 

 

시험

강원 동해 남호 초등 6학년 이우진

 

시험날인데

나는 오늘도 놀았다.

몇 점이나 나올까?

밖을 내다 보았다.

새들이 나무에 앉아 논다.

새들은 시험 안 봐서 좋겠구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새들은 참 좋겠다, 이 세상에서 시험이 없으면 정말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시험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감을 주고 있는지, 마냥 놀고 싶은데 시험이 없는 새를 부러워하는 아이 마음이 꼭 제 마음 같았지요.

다음 시는 3학년 된 우리 아들과 6학년 된 저희 딸아이의 요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제 마음으로 들어온 시입니다.

 

 

 

우리 형

강원 동해 남호 초등 5학년 양진현

 

우리 형아는

올해부터

중학교에 다닙니다.

요즘은 사춘기인지

뭐라 말만 하면

화냅니다.

맨날 놀더니

이제는 공부만 합니다.

, 나랑 게임하자 하면

싫어, 넌 언제 철들래 하면서

무섭게 말합니다.

공부가

우리 형아를

아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딸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자기 방문을 잠그는 일이 잦아졌어요. 문을 열어 두면 남동생이 들어와 자기 물건을 함부로 만진다든가 숙제할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방문을 열어 놓고 동생이 들어와도 신경 쓰지 않던 이 아이가 점점 까칠해지면서 사사건건 남동생 행동에 트집을 잡습니다. 남동생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기 공부에 방해 된다고 혼자 있고 싶어 하지요. 그러면 아들은 누나 방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누나가 이제 자기랑 안 놀아 준다고요. 아들이 누나를 정말 좋아하는데 더 이상 놀아 줄 시간이 많지 않은 누나 때문에 속이 상한 거지요.

제 아들은 누나를 정말 좋아합니다. 고대영의 누나가 좋다(길벗어린이)의 진정한 팬이기도 한 아들이 잘 놀아 주지 않는 누나 때문에 속상해하는 걸 보니 제 마음도 속상했어요. 그래서 한 번은 이 시를 읽어줬습니다. 아들은 저 시 속에 동생이 딱 나 같네. 우리 누나 요즘 딱 저래.” 딸은 난 가끔 놀아 주는데, 공부가 형아를 못쓰게 만들면 안 되지. 엄마 난 공부 저렇게 많이 안 해.” 이럽니다. 저는 우리 딸, 동생이랑 많이 놀아 줘. 숙제는 나중에 하고. 동생이 놀아 달라고 할 때 놀아 주는 거야. 나중엔 너한테 아는 척도 안 할지 몰라.” 그랬지요. 시를 읽어주면서 두 아이가 마냥 재미있게 놀던 때가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밖에도 아이들에게 읽어준 시집이 많은데 정연철의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 안진영의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최종득의 찐드기 쌤 쫀드기 쌤을 자주 들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쓴 동시를 보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래 친구들이 쓴 시에서 더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렇게 솔직하고 기발한 아이들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를 또 엄마들과 함께 나눕니다. 학교 책 읽어주는 엄마와도 나누고, 우리 회원들과도 나눕니다. 그러면 엄마들이 돌려가며 시를 다른 사람에게 읽어줍니다. 함께 시를 읽으며 행복해하고 낄낄거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오늘도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주변사람들에게 동시를 읽어줍니다. “이 시 어때? 재밌지?”

 

 

*2016년  4월호《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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