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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임진숙_마포지회) 사무국 2017.08.08. 1251

책 읽어 주세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

 

임진숙 마포지회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백석 글이수지 그림웅진주니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나의 뇌가 천천히 움직이는 거 같았다특히 요즘엔 동화책에 흠뻑 빠져서 그 재미난 책들을 읽어 주며 책읽어주기에 자신감이 흠씬 붙었다고 생각했고그래서인지 종종 잘난 척하며 짬 날 때마다 내 아이들과 아이 친구들에게 읽어 주곤 했다내가 익숙했던 기존 책들과 다른 형식의 이 책은 혼자 읽으면서도 뭔가 불편했고읽어 줄 때도 재미가 없었다생소했고 그 생소함이 편치 않았다예전에는 내가 책을 읽어 주면 아이들은 질문도 해 가며 주의 깊게 들었고이야기가 끝나면 아쉬워하며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그 모습에서 나는 내심 그래내가 진짜 잘 읽어 주나 보다나 같은 엄마 혹은 이웃 아줌마를 만난 너희는 복이야라고 생각했다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하지만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를 읽어 주면서는 그 재미가 덜했다어려웠다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어려운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작품에 흠뻑 빠지지 못한 채 읽어 주기는 계속되었고이야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재밌네.” 했지만 그 재밌네에 담긴 미묘한 차이를 몰랐다뭔가 개운치 못한 생각에 혼자 끙끙거리며 읽어 주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남편이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걸 듣게 되었다처음으로 이야기를 귀로 들은 것이다다르다읽어 주면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니 한마디도 없이 듣던 아이들이 입을 연다.

 

 

 

아빠개구리네 한솥밥도 읽어 주세요.”

 

아빠가 배가 고프니 개구리는 밥 먹고 읽으면 좋겠네.”

 

 

 

아이아이궁금하니깐 읽어줘개구리 궁금하단 말이야.”

 

개구리는 기다려야겠네아빠 배가 고파 쓰러질지 모르네.”

 

 

 

어랏말 끝에 ‘~를 말하는데 재미있다신기하다리듬도 있다.

 

 

 

둘이 같이 외친다.

 

아아아아읽어 주세요오오.”

 

그럼한 편만 더 읽고 밥 먹고자아꾸우나.”

 

깔깔깔깔!”

 

 

 

이번에도 역시 재미있다이때도 잘 몰랐다전과 달리 왜 이 책이 재미있을까.

 

아빠와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는데그 대화가 너무 자연스럽다이 책을 처음 접한 남편은 단 한 편을 읽어 주면서 ‘~를 바로 대화에 적용했다그걸 들은 아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반응했다내 귀도 정말 즐겁다이후 남편이 개구리네 한솥밥을 연이어 읽어 주게 되어 저녁 준비하던 것을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들었다읽어 줄 땐 몰랐는데 들으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다왜일까 궁금하다계속 듣는데 너무 재미있다두 번째 이야기가 끝났다아이들은 잠자코 듣다 여지없이 또 한마디 한다.

 

 

 

집게네 네 형제도 읽어 주세요오.”

 

큰아이가 말하니둘째도 끼어든다.

 

나도 나도 오찌어와 껌복 읽어 주째요.”

 

 

 

아이들은 새로운 형식새로운 문체여도 거부감이 없구나.’ 내가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를 만나면서 느꼈던 생소함을 불편하게 여겼다면남편과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고 들으면서 바로 작품에 흠뻑 취해 재미를 느낀 것이다내가 읽어 준 것과 아빠가 읽어 준 것을 녹음해 들어 보니차이가 있다확연히 다르다나는 이야기에만 집중하여 읽어 주다 어느 순간 속도가 빨라진다아이들이 내 속도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틈이 없고 숨이 차다아빠가 읽어 준 것을 들어 보면 호흡이 고르고 목소리도 여유가 있다이야기 중간 중간 리듬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인데낮은 속도여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읽어 주니 듣는 내내 내 귀가 즐겁다뭘까뭐가 다를까그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를 아이들은 아는 걸까나는 기존의 틀과 다른 것을 맞다 틀리다며 자로 재고 구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집도 다른 여느 가족처럼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하루에 아이들이 아빠 얼굴 보는 시간은 30분 이내그나마 오롯이 대화하는 시간은 5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하는 대화도 늘 똑같거나비슷하다. “○○오늘 재미있었어?” 혹은 누구랑 놀았어?” 이 두 가지 질문으로 8년을 버티는 아빠다이런 남편이 책을 읽어 주면서 달라졌다책읽어주기는 남편을 수다쟁이로 만든다남편이 책 읽어 주는 것을 들으며 생각했다남편의 목소리를 이렇게 오래길게 일방적으로 듣는 게 처음이었다대화를 나눈 게 아닌데도 재미있다아이들 아빠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나새삼 다르게 보인다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책읽어주기는 아빠가 가질 수 있는 큰 무기고 힘이다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를 만나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나와 남편의 책읽어주기를 다시 보게 됐다는 거다.

 

 

 

이날 이후 남편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땐 자연스럽게 귀가 그쪽으로 간다듣다 보면 확실히 다르다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시계를 보며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반면 남편은 계산이 없다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 읽어 주기도 하지만 남편은 다르다어떤 날은 다섯 살이 들고 온 책을 끊임없이 읽어 주고 어떤 날은 읽다 말고 몸놀이로 넘어갈 때도 있다딱 5, 8살 아이들의 집중력과 눈높이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안방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들여다보니 잠이 덜 깬 남편에게 다섯 살 둘째가 책을 읽어 주고 있다동물들이 숨바꼭질하는 이야기인데, “기린 뒤엔 누구?” 하고 둘째가 물으니 사자라고 겨우 답하는 남편다섯 살이 입을 쑥 아빠 귀 쪽에 대고 속삭인다. “아빠기린이 놀재애사자도 기다리고 있대빨랑빨랑 일어나아.” 이젠 책으로 아빠를 깨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 다섯 살이다.

 

*2015년 6월호《동화읽는어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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