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의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세돌 때 혼자서 한글을 뗄 정도로 남다른 면이 있었고 책도 좋아해서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커갈수록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글씨가 많은 책은 선뜻 손을 대려 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가서도 만화책만 골라서 빌립니다.
‘저러다 책에 대해 영 흥미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불안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제가 빌려온 책을 주면 얼마 안 돼서 다 읽었다고 하고는 그뿐입니다.
매번 제가 읽어보고 확인할 수 있는 분량도 아니고
제 짐작으로는 건성으로 읽고 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잘 읽던 애가 클수록 책에 대해 흥미를 잃어가니
뭐가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답답합니다.
도서관에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빌려주고 있습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충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A. 어머니 심정을 이해합니다.
저도 우리집 큰 아이와 똑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합니다.
어린 나이에 책 속에만 빠진다면 균형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남달리 일찍 책을 만났으므로 그 때 성장하지 못한 부분은 언제라도 성장을 해야 하지요.
아이는 지금 책을 잠깐 멀리하면서 다른 쪽이 성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잘 읽었으므로
스스로 읽으라고 책을 주기만 해서는 달라질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고비가 한차례씩 오는데요.
이런 때 일수록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중심으로 읽어주시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3학년 때는 스토리가 분명한 책을 좋아하는데요.
옛이야기와 신화, 신비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3학년이나 되었는데 새삼스럽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4학년만 되어도 부모님과 대화가 중단됩니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자꾸 학교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고,
아이들은 자아가 강해지기 때문에 어른의 생각과 부딪치게 되므로
충돌을 피하자니 의례적인 얘기만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아이들이 클수록 어른들이 어린이 책을 함께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책을 함께 읽고 책문화, 가정문화를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독서가 안정된 어린이들은 만화책을 보아도 쉽게 빠져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만화책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만화도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만화와 책은 구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일수록 잘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글자가 많은 책은 기피한다고 하셨는데요.
독서를 안정되게 하는 데는 초등학교 3학년이 중요한 시기더군요.
이야기 맛에 빠져들면서 논리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잘 말할 수 있는 시기거든요.
그러므로 그동안 아이가 혼자 책을 읽어 왔다면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면서 전환점을 마련해 주어도 좋겠습니다.
좀더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시고요.
지식책을 많이 보았다면 체험학습도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줗습니다.
상업적으로 치달아 염려가 되긴 합니다만
잘 알아보셔서 자기가 읽은 책과 연결해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지식으로만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니, 자식을 키우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그리고 참 변화무쌍하고요.
그에 따라 부모 마음도 해가 떴다가, 구름이 꼈다가, 천둥벼락이 치기도 하지요.
우리 어른들이 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지요.
|
|
